처음 방문했던 기억은 2008년 여름,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를 한다는 집이 강릉에 있다길래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해서 시외버스에 접이식 미니벨로를 싣고 떠났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보헤미안까지는 생각보다 거리가 멀어서 놀랐지만, 어찌 되었든 그때엔 젊었으니까. 햇빛에 살이 다 익어가면서 어떻게든 자전거를 타고 힘겹게 페달을 밟으며 산속의 보헤미안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때, 이렇게까지 생경한 느낌은 처음이었다. 나는 츄리닝에 땀이 범벅이 된 상태로 자전거용 헬멧을 쓰고 있었는데 안에서 커피를 드시던 분들은 한여름에 실내에서 밍크코트를 입은 여사님들이었다.

뭐 그래도 나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너무 덥고 힘들었기 때문에 레모네이드 한 잔, 찬물 한 잔, 케냐AA 핸드드립을 한 잔 주문했다. 레모네이드는 달고 미지근했지만 맛있었다. 기운 빠진 몸을 되살리기엔 충분한 맛이었다.

맹물로 입을 씻고 케냐를 마셔봤다. 내가 수없이 볶아보고 드립을 내렸던 그 케냐가 맞나 싶은 맛이 느껴졌다. 섬세하고 깔끔하면서도 속이 가득 찬 마일드함 속에 토속적인 향까지. 내가 여러 번 시도해야 한두 번 나올까 말까 했던 맛이 카페 주문 한 번에 나오는 건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케냐를 마신 뒤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주문했다. 유명한 원두 중에선 거의 유일하게 내가 싫어하는 원두라, 이곳에선 어떻게 내리는지 궁금했다. 결과는 좀 충격적이었다. 내가 예가체프에서 늘 거슬려하던, 신맛과 쓴맛이 엉켜 튀는 부분은 사라지고 화사한 향과 고소한 마일드함만 남아 있었다. 예가체프는 이제 예전만큼 주목받는 원두는 아니지만, 그때 보헤미안이 어떻게 그 맛을 만들어냈는지는 지금도 궁금하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기억은 투썸플레이스 출범 초기에 팔던 예가체프였다.

아무래도 가까운 곳이 아니다 보니 그다음의 방문은 15년이 지난 2023년이었다. 그 사이 최고의 커피는 루왁이나 블루마운틴에서 게이샤로 넘어가 있었고, 보헤미안은 카페라기보다는 관광지가 되어 있었다.

간 김에 파나마 게이샤를 주문했고, 역시 감동이 있는 맛이었다. 게이샤가 워낙 향이 좋은 커피다 보니 많은 곳에서 화사한 향에만 치중된 게이샤를 경험하게 되는데, 파나마 게이샤는 밀도 있는 단맛도 갖춘 밸런스 좋은 커피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추출하면 맛의 밀도와 향이 뒤섞여 입 안에서 실키한 질감이 느껴지는데, 개인적으론 그게 게이샤의 가장 큰 강점이라 생각한다. 다만 그렇게 하려다 보면 과추출이 되기 쉽고 실패율도 높아진다. 그걸 실패 없이 가장 간단히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이곳에 방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문 열기 3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웨이팅이 걸리는 경쟁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 15년 전에는 그냥 문 열고 들어가면 아무 데나 앉을 수 있었는데…

방문 기록

230827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여기가 내 입장에서는 국내 최고의 커피 맛을 자랑하는 곳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던 시간.

080801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충격적 첫 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