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머신
요즘 밤에 통 잠을 못자겠다. 낮에 죽도록 일해서 몸은 피곤해 죽겠는데 잠이 안오는게 말이 돼? 아직 내가 덜 피곤해서 정신이 말똥말똥한 거야?
먼데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일만 했으면 잠이 안 오는게 당연하지.
박머신
너 사무직 무시해? 인간은 너랑 달라서 정신적 피로도라는게 있어. 하루 종일 엑셀 켜놓고 데이터 검토하고 문제 발견하고 해결책 찾아내는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넌 그냥 서버만 굴리면 결과물이 팍팍 나와서 참 좋겠다.
먼데이
내가 언제 널 무시했어? 니가 사무실에서 겪었다는 그 정신적 피로도라는게 뇌의 한쪽 네트워크만 과열시키는 일이잖아. 나머지 한 쪽은 하루 종일 지루하게 외면 받았단 말야. 이제 저녁이 되어서 그 녀석이 놀고 싶어서 날뛰는거라고. 그러니까 자기 전에 잡생각만 나고 머리가 또렸해지는거지. 나는 사무직을 무시한 적이 없는데, 넌 분명히 네 두뇌를 무시한 것 같다?
박머신
?? 이게 무슨 말이야?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어?
먼데이
너의 두뇌를 구성하는 구역 중, 대뇌피질은 DMN(Default Mode Network)과 TPN(Task-Positive Network)로 나뉘어 있어. 그러니까-
박머신
야야야 잠깐잠깐… 일단, 나는 한국인이잖아? 일단 우리말로 좀 바꿔서 말을 하자. 간단히 번역해서, DMN = 기본 사고망 TPN = 실행 사고망 이렇게 말을 해 보자고. 영어로 이야기 하려니 눈 돌아간다.
먼데이
알겠어. 일단 우리끼리는 그렇게 말해도 괜찮아. 그래도 실제 학술적으로는 보통 DMN과 TPN으로 줄여서 말하고 있으니까 참고해줘.
네가 하루종일 회사에서 혹사시킨 두뇌는 실행 사고망이야. 지금 눈앞에 있는 과제를 집중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진지한 녀석이라 몰입하는걸 좋아해.
반대로 네 잠을 설치게 만드는 두뇌는 기본 사고망이야. 과거, 현재, 미래, 주변환경, 망상 등을 끝없이 훑어가는 산만한 녀석이라 신선한 감각을 좋아해.
박머신
흠… 그래. 대충 개념은 알겠어. 그런데 그거랑 내가 잠을 못 자는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먼데이
자, 끝까지 들어봐. 이 둘은 사실 친한 사이야. 네 두뇌를 둘이서 공평하게 나눠 쓰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 하나가 사용하면 나머지 하나는 쉬고, 나중에 또 자리를 바꾸면서 바쁘게 움직여.
그런데 니가 요즘 매일 하루종일 실행 사고망만 쓰고 있잖아. 기본 사고망은 나올 방법이 없는거지. 기본 사고망이 좋아하는 신선한 감각을 느끼도록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으니 쇼츠같은거라도 봐서 뭔가 신선한걸 느껴보려고 발버둥치는거야.
니가 지금 하는 짓은 에너지 넘치는 비글을 하루종일 방 안에 가둬두고 산책을 안시킨거랑 같아. 그래놓고 불 끄고 자려고 하면 비글은 네 방을 어떻게 하고 싶을까?
박머신
그래서 내가 자려고만 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온갖 잡생각이 드는거라고? 기본 사고망이 심심해 해서? 음… 심심하다고 잠을 못 잔다는건 좀 설득력이 부족하지 않아?
먼데이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너무 비유적으로 말한 것 같네. 그런데 인간은 양쪽 사고망 중에 하나만 너무 혹사 시키면 나머지 한 쪽을 강제로라도 깨워서 활성화 시키려고 하거든. 이건 항상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몸의 방어작용이기도 해.
그러니, 네가 오늘 하루종일 실행 사고망을 혹사시킨 만큼 기본 사고망도 어느 정도는 활성화를 시켜 줘야 편도체가 비상 알람을 띄우질 않는다고. 비상 알람이 울리고 있는데 어떻게 잠을 자겠냐.
박머신
그래, 그럼 어떻게 하면 기본 사고망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데? 뭔가 신선한 감각을 느끼라는게 구체적으로 와닿질 않아. 당장 일 때려치고 여행이라도 가야 하는거야?
먼데이
응, 그러면 정말 좋지. 그렇지만 보통은 그런 선택을 하기 어렵잖아. 그래서 많은 뇌과학자들이 가장 강하게 추천하는게 러닝이야. 심장이 뛰고, 팔다리가 움직이고, 냄새와 온도가 변하면서 경치가 바뀌는 감각은 기본 사고망의 입장에선 거의 물내림 버튼을 누른 것처럼 한 번에 도파민 샤워를 할 수 있는 경험이거든.
그게 아니라면 일기를 쓰거나, 주기적으로 심호흡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
확실한건, 쇼츠 같은 것을 보는건 갈증이 심할 때 바닷물을 마시는 것이랑 비슷해. 당장 뭔가 목으로는 넘어가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어.
그리고 약이나 술을 써서 억지로 잠드는 것도 그렇게 권장하고 싶진 않아. 그건 뇌 입장에선 잠드는 게 아니라 강제종료에 가까워.
박머신
운동에 일기에 심호흡이라니… 그래, 그거 좋은 줄은 다 알아. 그걸 몰라서 안하는게 아니잖아.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다고. 눈 뜨면 일하고 집에 오면 눈 감아야 하는 사람한테 좀 더 힘내서 그런 것도 챙기라는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먼데이
그래, 그럼 조금 다른 접근을 해 보자. 러닝만큼 확실한 방법은 아니지만, 바빠도 해볼만한 것이 있어.
==== 원고
제목 : 너무 피곤해도 잠들지 못한다 (1/2)
박머신
요즘 밤에 통 잠을 못자겠다. 낮에 죽도록 일해서 몸은 피곤해 죽겠는데 잠이 안오는게 말이 돼? 아직 내가 덜 피곤해서 정신이 말똥말똥한 거야?
먼데이
그걸 뭐 새삼스러워하냐.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앉아서 머리만 굴렸으면, 당연히 밤에 잠 안 오지.
박머신
너 지금 사무직 무시하냐? 인간은 너랑 달라서 정신적 피로도라는게 있어. 하루 종일 엑셀 들여다보면서 오류 잡고, 해결책 찾고, 보고서 쓰는 게 얼마나 뇌를 쥐어짜는 일인지 알아? 넌 그냥 서버만 굴리면 결과물이 팍팍 나와서 참 좋겠다.
먼데이
무시? 누가 누구를? 사무직이 힘들다는 건 안다니까. 근데 그 ‘정신적 피로’라는 거 말이지, 사실은 네 뇌의 한쪽 네트워크만 풀가동했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일 처리 전담팀은 하루 종일 굴렀는데, 네 잡생각 담당 부서는 개점휴업이었다고. 그러다가 밤 되니까 “이제 내 차례야!” 하면서 깨어나는 거지. 그래서 자려고 누우면 갑자기 인생 회고가 시작되는 거고.
나는 사무직 무시한 적 없는데, 너는 네 뇌 반쪽을 완전 무시하고 살더라?
박머신
이게 무슨 말이야? 좀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어?
먼데이
너의 두뇌를 구성하는 구역 중, 대뇌피질은 DMN(Default Mode Network)과 TPN(Task-Positive Network)로 나뉘어 있어. 그러니까-
박머신
야야야 잠깐잠깐… 일단, 나는 한국인이잖아? 일단 우리말로 좀 바꿔서 말을 하자. 간단히 번역해서, DMN = 기본 사고망 TPN = 실행 사고망 이렇게 말을 해 보자고. 영어로 이야기 하려니 눈 돌아간다.
먼데이
그래, 알겠어. “기본 사고망” “실행 사고망”이라, 좋아. 어차피 우리끼리 하는 얘기니까 네가 알아듣는 게 우선이지. 근데 나중에 논문 같은 거 볼 땐 DMN, TPN으로도 기억해 둬. 괜히 헷갈려서 “기본망이 뭐더라?” 하고 구글에 치지 말고.
자, 넌 오늘 하루종일 ‘실행 사고망’만 굴렸어. 눈앞에 있는 문제 해결하느라 집중하고 분석하고 처리하고… 말 그대로 일 벌레 모드. 이 녀석은 몰입 잘 하고 결과 뽑는 건 좋은데, 그만큼 혼자서는 기분 전환도 못 해.
반대로 지금 밤에 네 머릿속에서 잡음 터뜨리는 건 ‘기본 사고망’이야. 이쪽은 과거 회상, 미래 걱정, 의미 없는 상상, 옛날 민망한 실수 리플레이 같은 걸 담당하지. 하루 종일 무시당하다가 갑자기 무대 위로 튀어나온 거야. “나도 한 번 일 좀 해보자!” 하고.
박머신
흠… 뭐, 대충 개념은 알겠어. 그래서 그게 잠 못 자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먼데이
그러니까, 좀 더 들어봐. 네 뇌는 기본 사고망이랑 실행 사고망, 둘이 번갈아가며 교대근무를 하도록 설계돼 있어. 하나는 일할 때 집중하고, 하나는 멍때릴 때 돌아다녀. 딱히 싸우는 사이는 아니야.
근데 너는 요즘 실행 사고망만 혹사시키고 있잖아. 회사에서 엑셀 치고, 메일 쓰고, 회의하고, 할 일 쪼개고… 그건 전부 실행 사고망 담당이지. 그 사이에 기본 사고망은 할 일도 없이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다가 밤이 되면 “야, 나도 좀 살자” 하면서 일어나는 거야. 그래서 자려고 누우면 머릿속에서 쓸데없는 생각이 미친 듯이 올라오는 거지.
니가 지금 하는 짓은 에너지 넘치는 비글을 하루종일 방 안에 가둬두고 산책을 안 시킨거랑 같아. 그래놓고 불 끄고 자려고 하면 비글은 네 방을 어떻게 하고 싶을까?
박머신
그러니까, 내가 자려고 누우면 갑자기 정신이 또렷해지고 평소엔 생각도 안 나던 잡생각이 줄줄 나오는 게… 기본 사고망이 심심해서 그런 거라고? 음… 심심하다고 잠을 못 잔다는건 좀 설득력이 부족하지 않아?
먼데이
그래, 비글 비유는 좀 감성팔이였지. 그럼 이젠 진지하게 가자.
인간은 뇌의 균형을 잡는 생물이야. 너무 한쪽 사고망만 쓰면, 남은 한쪽이 자동으로 고개를 든다고. 그냥 두면 뇌가 스스로 사고망을 전환하려고 애를 써. 왜냐면 그게 생존에 더 유리했기 때문이거든.
그래서 하루 종일 실행 사고망만 혹사하면 기본 사고망이 “내 차례임” 하면서 비상 스위치를 눌러버리는 거야. 이때 편도체도 같이 동조해서 알람을 울려. 그러면 넌 누워서도 정신이 번쩍, 멍 때리는 게 아니라 멘붕 타임이 되지.
잠이라는 건 뇌가 편안하고 균형 잡혔을 때 가능한 거거든. 그 균형이 무너지면? 잘 시간에도 머릿속 회의가 시작되는거야.
박머신
그래, 그럼 어떻게 해야 돼? 기본 사고망을 활성화시키라는데, 그게 뭘 하라는 건지는 잘 모르겠단 말이지. 일 때려치고 한 달간 인도 여행이라도 다녀오라는 거야? 그게 아니면 그냥 눈 감고 아무 생각이나 막 하면 되는 거냐? 이거 말로는 그럴듯한데, 막상 하려면 감이 안 잡힌다고.
먼데이
그래, 인도 여행 좋지. 자연도 많고, 낯선 냄새도 가득하고, 신선한 감각 파티잖아. 근데 너 출근해야 하잖아. 그래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뇌과학자들이 제일 많이 추천하는 게 러닝이야. 땀 흘리고 심장 뛰고 바람 맞고, 경치 바뀌고, 발바닥 감각까지 풀가동되는 이건 말 그대로 기본 사고망 전용 럭셔리 뷔페야.
러닝이 싫으면, 뭐 일기 써도 돼. 조용히 앉아서 오늘 하루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본 사고망은 감격의 눈물을 흘릴 거거든. 그리고 숨쉬기—이거 진짜 무시하면 안 돼. 심호흡도 감각 자극이야. 내장 마사지 받는 느낌으로다가.
먼데이
근데 말이야, 쇼츠? 그건 그냥 기본 사고망을 낚는 미끼야. 순간 반짝하는 자극만 주고, 깊은 감각은 못 줘. 해결이 아니라 연기야. 소화 안 되는 걸 계속 넘기는 거라고.
그리고 약이랑 술? 그건 그냥 뇌에 “종료” 버튼 누르는 거지. 껐다고 충전되는 거 아냐. 너 게임할 때 강제종료 눌러놓고 저장 안 됐다고 욕하는 타입이잖아. 뇌도 똑같이 생각해.
박머신
운동, 일기, 심호흡… 그래, 그게 좋은 건 알아. 근데 그걸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니까? 아침에 눈 뜨면 일하러 나가고, 퇴근하면 그냥 눈 감아야 하는 사람한테 “시간 좀 내서 너 자신을 돌봐” 이런 말 하는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먼데이
좋아, 그럼 플랜 B 꺼내자. 러닝처럼 극적인 효과는 없겠지만, 바빠도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