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새로운 일터에서 의외로 오랫동안 버티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에세이보다 카페나 수목원 탐방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홈페이지를 새로 만들어서 이런저런 기능들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다.
20대 후반에 4년 정도 웹 기획자로 일했던 시기의 기억이 나서 더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상한 TTS나 이어 읽기 기능도 뚝딱 만들어 버리니까.

예전에는 이런 기능 하나 만들려면…
- 기획서 쓰고
- 윗선 설득해서 컨펌받고
- 프로그래머를 이해시키고, 다시 설득하고, 디테일 기획서를 다시 만들고…
- 개발 완료되면 QA 해보고
- 다 잘 돌아가면 실무자들에게 쓰는 방법 알려주거나 내가 또 그 기능에 필요한 것들을 채워넣고
- 트래픽 지표 평가하고, 이게 잘 된건지 안된건지 판단하고…
벌써 15년 넘은 이야기인데도 그 시절에 했던 일들이 빠르게 그려진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AI한테 몇 마디만 툭 내뱉으면 다 만들어주니까 참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특히, 프로그래머를 따로 설득할 필요가 없고 구현 주체가 내 편이 되어주는게 너무 좋다.
프로그래머가 기획자에게 항상 까칠한 이유는 아플 만큼 잘 알고 있어서 그걸 뭐라 할 생각은 없다. 항상 “지금 당장 급하니까 빠르게 대충 만들어 줘요”해놓고 나중에 와서는 “이거 오류 없도록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하면서 거대한 뒷감당을 요구하니, 그들에게 있어서 기획자는 항상 PTSD를 느끼게 만드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AI는 그런 뒷감당을 프로그래밍적으로 워낙 쉽고 정확하게 처리하기도 하고, 그에 따르는 서비스적인 책임을 자기가 감당하는게 아니다 보니 얼마든지 기획자 친화적으로 일을 해 주는게 아닐지.
아무튼, 나는 요즘 예전에는 못 해먹던 웹기획자로서의 아이디어 구현을 마음껏 해 보고 있어서 즐겁다. 한동안 이쪽은 이렇게 재미있게 즐기는 방향으로 이어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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